TUTORIALKina의 미국 디자이너 생활 나의 프로젝트들

motionlab
조회수 3742

글/ Kina Choi, yU+Co(www.yuco.com) 디자이너,

전 25프레임 디자인팀장, www.KinaKina.tv    ( Videoarts 6월호 기사중에서 )

 


각각의 스튜디오의 색에 따라 다른 성격의 프로젝트 혹은 작업 방식이 이루어지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에서의 프로젝트 방식은 한국에서 필자가 경험했던 부분과는 다른 점들이 있어, 이번 편에서는 프로젝트 별로 배운 레슨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경쟁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되고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보드(Board)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초반에 클라이언트를 현혹하기 위해 여러 다른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섭외하여 다양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디자인들을 여러 버전으로 준비한다.

 

미국에는 많은 모션 스튜디오들이 있지만, 의외로 소문이 빠르기 때문에 사실상 어느 회사가 어떤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지 알고 있거나, 대부분의 경우 경쟁사가 어느 곳인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게 되어 그에 따라 준비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쟁업체가 리얼한 3D 퀄리티에 강한 업체일 경우, 우리는 반대로 스토리와 컨셉, 그리고 심플한 그래픽으로 방향을 반대로 잡아 전략적으로 그에 맞춰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사실 여러 프로젝트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작업까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디자인 스튜디오의 경우 많은 비용의 아티스트를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섭외하여 자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프로젝트의 예산이 높은 편이라 투자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프로젝트를 따낸 후, 실작업 과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프리젠테이션에서 채택된 컨셉이라 하더라도 클라이언트와 여러 번의 보드 수정 작업을 거쳐 최종 디자인 시안이 나오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드가 확정이 되면 애니메이터와 3D 아티스트들이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아티스트들과 애니메이터들간의 의사소통이 상당히 중요하다. 사실 많은 아티스트들이 Cinema 4D가 보편화되면서 3D 그리고 애니메이션작업 또한 동시에 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 나고 있어 테크니컬한 면에서 서로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나

3D 아티스트들이 프로젝트 실작업 중간부터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프리젠테이션부터 준비해온 디자이너들의 많은 설명과 디렉션(Direction)이 필요하다. 프로젝트가 큰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테크니컬 디렉터가 함께 작업하여 디테일한 부분을 서로 조정해가며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양쪽 부분이 전혀 다른 부분이라는 생각보다 아티스트들도 테크니컬한 부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며, 애니메이터와 합성 그리고 3D VFX 등의 테크니컬 분야의 사람들 또한 아티스트와 컨셉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브랜딩 디자인(Branding Design)

어떻게 보면 브랜드의 이미지에 가장 신경 쓰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브랜딩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높게 생각한다. 모션 그래픽에서 브랜딩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주로 방송 TV 채널 디자인과 영화사 등 방송, 영화와 관련된 브랜딩 작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 브랜딩 위주의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인 트로이카(Troika, www.troika.tv)에서 근무하면서 필자는 많은 방송 관련 브랜딩을 공부할 수 있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할 당시 트로이카는 TNT 채널 리브랜딩(Re-Branding)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TNT는 당시 채널의 중점적인 시간을 프라임 타임으로 옮겨 가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었기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심플하고 다소 투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스럽고, 다이나믹한 큰 스케일이 느껴지는 브랜드로 바꾸어 나가고자 하였다. 최종 디자인 작업이 나오기 전까지 트로이카에서는 컬러, 텍스쳐, 그리고 새 브랜드에 메인 오브젝트가 될 빛의 라인들 형태와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여러 번 클라이언트와의 프리젠테이션을 거치고 있었다.

 

사실 TV채널이나 광고만큼 그 시기에 유행하는 트랜드를 보여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TNT를 리브랜드(Re-Brand)했던 2008년 가을 당시에 수많은 채널들이 고급스럽고 다이나믹한 디자인을 많이 요구하였었다. 트로이카는 TNT의 성공적인 ‘We know Drama’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바탕으로 TNT 로고 자체를 Dramatic Light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원형의 빛 줄기들이 TNT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묘사하며, 항상 주변을 밝히고 다이나믹하게 여행을 다니는 컨셉이었다.


TNT Re-Brand 패키지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점은 내면 속에 있는 의미와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TNT라는 로고를 보거나 설명 없이도 원형의 빛 라인만을 보고 TNT 채널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은 브랜드가 소유하고 있는 그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브랜드가 넘쳐나는 지금,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독창적인 브랜드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멋진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다른 브랜드가 떠올려진다면 그 브랜드 디자인은 성공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기에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느껴지더라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많은 연구와 노력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트로이카가 작업한 대표적인 브랜드 디자인 중 하나인 ABC 채널의 경우, 로고의 움직임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물의 파장을 브랜드의 가치로 소유하고 있어 많은 시청자들에게 ABC만의 디자인을 강하게 각인시켜 놓았다. 그로 인해 많은 방송 디자인 스튜디오나 클라이언트들은 물의 파장을 이용한 브랜드는 피하려고 한다. 그 누구도 ABC를 연상시키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브랜드의 디자인이 만들어지면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변화와 확장 또한 필요하다. ABC 겨울 홀리데이 시즌에 맞춰 필자는 물을 눈의 입자들로 변형하여 시즌에 맞게 아래와 같이 재구성하여 디자인 하였었다.

ABC 홀리데이 패키지



 

 


CENSUS 2010

 

대한민국과 다르게 미국은 다민족 국가에 다양한 외국인들과 불법 체류자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전체적인 인구조사와 더불어 여러 가지 데이터 분석에 큰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미국 정부에서는 CENSUS 2010이라는 설문지를 작성하여 미국 사회의 발전을 이루자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미국 정부에서 진행하는 만큼 프로젝트의 규모 또한 커서 yU+Co에서도 다양한 보드를 제작하여 프리젠테이션을 하였다. 일단 프리젠테이션에서 필요한 내용은 캠페인 동안 사용될 모든 광고들의 엔딩 로고 애니메이션이었다. 카피와 로고 자체는 에이전시에서 이미 결정되어있어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슬로건인 'We can’t move forward, until you mail it back. Census 2010(여러분들이 메일을 보내주시기 전까지 우리는 앞을 향해 갈수가 없습니다. 센서스 2010)'을 어떻게 스마트하고 분명하게 또한 심플하게 로고와 함께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사실 캠페인 자체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찮아하고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기에, 보다 재미있고 쉽고 빠르게 전달 하는 점이 관건이었다. 그리고 이 로고 애니메이션으로 전체 캠페인의 브랜드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클라이언트의 목표였다. 심플하고 명쾌한 디자인은 많은 구성과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당시 필자는 여러 가지 오브젝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오브젝트가 다른 세상으로 열리는 듯한 느낌의 트랜지션적인 느낌을 생각하고, 그에 맞게 여러 가지 디자인을 해나가기 시작하였다. 로고 애니메이션의 시간이 불과 4,5초여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메세지를 전달하려면 전체적인 움직임이 바로바로 연결되어야 했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앞으로 전진하고자 하는 방향 화살표를 편지 봉투처럼 접어서 Census Box에 담는 아이디어가 선택되었고, 클라이언트는 이를 전체 브랜드로 결정하게 되었다. 모든 빌보드와 포스터, 그리고 광고 디자인까지 로고 애니메이션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패키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기본적이고 분명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결정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이 지나고 나면, 브랜드를 확장시키는 영역은 보다 쉽고도 즐거운 작업이다.

메인 시스템 아래 다양한 방법의 광고와 디자인이 만들어졌었는데, TV광고의 경우 Live Action 외에도 Stop Motion을 통해 Census 설문지를 보다 재미있고 흥미롭게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브랜드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배우게 되었다.

CENSUS 2010 로고 애니메이션

 

 

 

CENSUS 2010 프린트 디자인

 

 

 

 CENSUS 2010 TV 광고 디자인


 

Spike TV


2010 년 와일드한 스포츠 혹은 영화, 쇼 등 주로 남성적 컨텐츠 위주의 Spike 채널 리브랜드 디자인 작업을 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실작업까지 하지는 못하였으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브랜딩으로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된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Spike 채널에서는 컨텐츠들에 걸맞게 강하면서 거친 느낌의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흘렀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시 클라이언트는 남성만을 위한 와일드함을 대변하는 채널에서 보다 넓게 여성도 즐길 수 있고 감동이 있는 채널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브랜딩에 더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더구나 점점 남성만을 위한 혹은 여성만을 위한 취향이라는 것 자체가 불분명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Spike 채널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마음에 들었다. 

 

yU+Co 에서는 이에 맞게 새로운 슬로건으로 'Never Stop, Spike.'를 만들어냈다.


더 이상 거칠고 와일드한 파워가 아닌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앞으로 달려나가는 파워에 힘을 싣기로 하였다. 필자는 내 자신이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고 가정해보고, 이때 보이는 빠르게 지나가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네트워크에 표현하면 좋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시청자들 자체가 전력 질주하는 그들이 되어 감동적인 순간, 짜릿한 순간, 그리고 흥분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스쳐가는 움직임 자체가 메인 브랜드가 되어 전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좀더 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순간들의 영상을 통해 'Never stop Feeling, Never stop Dreaming' 등 기본 슬로건에서 변화를 주어 ‘Never Stop’ 브랜딩에 힘을 싣고자 하였다.

 Spike TV 로고 애니메이션


 

 Spike TV 리브랜딩 디자인 프레임들



 Veria, 그리고 Hallmark 채널 리브랜딩


yU+Co 는 트로이카만큼 브랜딩을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브랜딩 관련 프리젠테이션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 중에서 Veria, 그리고 Hallmark 채널이 기억에 남는다. 점차적으로 브로드 네트워크(Broad Network) 디자인의 추세가 3D의 다이나믹하고 화려한 그래픽에서, 인간적이며 심플하고 좀 더 시청자에게 친숙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많은 포토그래피와 메세지가 있는 영상들로도 브랜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보았기에 Veria와 Hallmark 디자인에서는 대부분의 디자인 보드가 그래픽이 더욱 축소되고, 메세지와 포토그래피가 강조되었던 특징이 있다.

Veria는 보다 나은 Living Life Style을 위한 미디어 회사로 채널, 인터넷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Veria의 로고는 이미 제작되어 있었는데, Body, Spirit, Soul 세 가지의 노란 에너지가 V Typo 주변을 맴도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 세 가지의 에너지가 순환한다는 컨셉은 동일하였으나, 우리의 과제는 그것을 얼마나 지혜롭게 디자인으로 풀어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슬로건인 'Go Well'에 맞춰 신선한 자연의 물의 에너지가 아로마와 같이 떨어지며 로고를 만들어 내는 순간을 히어로 아이디어로 잡고 브랜딩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물속에서 헤엄을 치듯 에너지들이 움직이며 이미지나 영상들을 불러오도록 하였고,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젊은 느낌을 위해 화이트의 배경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프린트 광고와도 같이 깔끔한 영상들을 위주로 패키지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였다.


 Veria TV 리브랜딩 프레임들



 

 

Hallmark 채널 역시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가족적인 따스함이 있는 브랜드로,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좀더 밝은 톤을 사용하고 즐거움을 더하려고 노력했었다. 시대가 바뀌어가며 지루할 수도 있는 컨텐츠나 브랜드에서 젊고 밝은 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전통적인 오래된 이미지의 채널들이 가장 먼저 시청자들에게 이미지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디자인의 변화일 것이다. 같은 컨텐츠지만 가지고 있는 옷이 다르다면 사람들은 새로움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브랜드의 가치 또한 올라갈 수가 있기에, 그만큼 신중하고도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면에서 어렵고도 많은 공부가 될 수 있는 작업이 브랜딩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Hallmark 채널 리브랜딩 프레임들


 

Emmy Award 2010


어워드(Award) 자체를 브랜딩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할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패키지를 만들어감에 있어 브랜드에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미국에서 매년 행해지는 에미 어워드(Emmy Award)는 각종 TV 채널에서 방영되는 모든 쇼와 드라마 등을 통틀어 시상하는 큰 어워드 중 하나이다. 모든 어워드가 그러하듯 에미 어워드에서도 역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원하였다. 그러나 오스카(Oscar)와 구분되는 점인 TV 시상식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텔레비젼의 컬러 바 시그널 패널(Color Bar Signal Panel)들을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하게 표현되도록 디자인하게 되었다.

컬러 바가 3D 공간상에서 걸려있고 움직일 때마다 반사에 의해 빛을 다르게 발하도록 하고, 그 바들이 전체적인 어워드의 2010년 브랜드를 만들어가게 되었다. 오프닝 그리고 시상식과 관련된 그래픽들, 그리고 무대미술과 영상에서도 만들어진 메인 컨셉에 맞게 구성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시상식이 대체적으로 다채로운 색상이 없이 골드와 실버로 만들어진 반면, 이번 에미 어워드에서 사용한 컬러 바 컨셉은 에미만이 가지고 있는 즐거움과 젊은 감각의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코미디 부문, 드라마 부문, 리얼리티 쇼 부문 등 모든 장르의 시상마다 각각의 메인 컬러 바를 표현하여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었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만드는 것도 시상식 브랜드의 중요한 점이지만, 그 시상식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려 브랜드화함으로써 클라이언트에게 큰 만족도를 줄 수 있었다. 사실 프로덕션 작업에 있어서 오프닝은 Maya로 전부 작업하였으나, 전체적인 패키지는 기본적인 여러 방향의 패널들을 엘리먼트 소스(Element Source)로 3D에서 렌더링한 후, 이 소스들을 사용하여 전부 After Effects에서 컬러와 합성작업을 하여 완성하였다. 살짝 반투명한 유리질감과 강한 리플렉션 라이트로 인해 렌더링 시간 등을 고려했어야 했다. 짧은 스케줄과 많은 작업량에도 불구하고 프로덕션 과정에서 요령 있게 대처하여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고, 브랜드에 있어서도 에미 어워드에 변화를 느끼게 해주어 성공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기억된다.


 Emmy Award 2010 디자인 패키지



오프닝 타이틀(Opening Title)

yU+Co 는 미국의 프롤로그(Prologue)와 이미지너리 포스(Imaginary Force)와 같이 주로 필름 오프닝 시퀀스(Film Opening Sequence) 작업으로 알려져 있는 회사 중 하나이다. 그래서 많은 영화사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어 필름 오프닝 시퀀스, 엔팅 타이틀, 그리고 영화 관련 CG 작업이 많다. 필자는 대부분 광고와 브랜딩 위주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필름 작업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필름 쪽 작업에 즐거움을 더욱 느끼는 편이다. 상업적인 광고나 브랜딩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며 영화 자체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그래픽을 만들어가는 면에서 크리에이티브한 매력이 많은 작업이다.


오프닝에서는 크레딧과 메인 타이틀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영화 시작 전 프롤로그 형식으로 스토리를 설명해야 하는 케이스도 있다. 필자가 작업했던 것 중에는 오프닝과 오프닝의 경우가 그러했다. 프롤로그를 통해 그래픽화된 방식으로 배경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두 프로젝트 모두 은유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레이션이 있었지만 그 짧은 구성안에 많은 배경 스토리가 전개되어야 했기에 여러 가지 스토리보드 작업이 사전에 이루어진 후 본격적인 프레임 디자인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스토리에 따른 듀레이션이 길었기 때문에 보드 역시 파트를 나눠서 여러 디자이너가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래픽 톤과 동시에 타이포그래피의 디자인 또한 타이틀의 중요한 메인 요소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수많은 그래픽 중에서도 타이포그래피에 가는 경향이 있고, 그것을 잘 읽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색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는 지와 더불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생겨나고 사라지는지가 영화의 톤과 연결성에서 어긋난다면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방식의 영화와 영화 자체의 디자인 스타일이 중요시되면서 오프닝 작업에서의 디자인적 제약은 점점 약해지고 있긴 하지만, 의외로 영화 쪽에도 여러 가지 타이틀과 관련된 룰이 존재하고 있다. 타이틀 마다 보여주는 타임이 일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이즈가 일정해야 하는 경우, 그리고 작은 폰트의 인포메이션과 타이틀의 비례까지 규정해 놓는 경우들도 있어서 사실 처음엔 놀라기도 했었다. 필자는 다양한 타이틀을 보고 공부하기 위해 http://www.watchthetitles.com과 http://www.artofthetitle.com을 자주 가곤 한다. 현란한 그래픽을 떠나 영화를 얼마나 잘 설명해주고, 관람객들과 영화 사이를 어떻게 연결해 주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였다.


 오프닝 디자인


 

 오프닝 디자인



Glee 3D


Glee 는 하이틴 스쿨 배경의 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계층의 인기를 받고 있는 미국의 유명한 뮤지컬 드라마인데, 기존의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소외 학생들과 다양한 교훈의 메세지를 담고 있어 음악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작년에는 그 인기에 힘입어 가 영화관에서 상영되었고, yU+Co에서 엔딩 타이틀 작업을 맡게 되었다. Glee에서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 슬러쉬 세례는 드라마 속에서 소외된 주인공들이 학교에서 매일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과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그 슬러쉬 이미지를 활용하여, 영화 엔딩 씬 후 ‘Don’t stop believing’ 음악에 맞춰 주인공들과 같이 다양한 컬러의 슬러쉬 세례들이 춤을 추며 하나의 뮤지컬처럼 엔팅 타이틀을 완성하고자 했다. 워낙 추상적인 그래픽의 움직임이라 여러 가지 움직임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 두고 러프하게

 

Maya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다양한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낮은 사이즈의 파일로 렌더링한 후, 이들을 이용하여 편집을 해가면서 전체적인 씬을 완성해나가게 되었다. 에릭 엔더슨(Erik Enderson)이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는데, 에릭은 에디터로 많은 경력을 쌓아온 디렉터이기에 컷의 변화와 전체적인 리듬에 대한 호흡감이 정말 뛰어난 분이었다. 기본적인 움직임의 기획은 있었으나, 춤 동작과도 같은 움직임의 씬을 디자인 스토리보드로 계획을 짜가며 만들어 나간다면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어, Maya 팀에서는 다양한 카메라와 앵글 움직임의 슬러쉬들을 만들어 나가고, 디자인 팀에서는 기본적인 컬러 콤비네이션과 다양한 레이아웃의 프레임들을 디자인해 에디터들이 Maya의 프리 렌더 애니메이션과 디자인 보드를 혼합하여 전체적인 뮤지컬 동작과 컬러 결정이 에디팅 위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전체 작업 후 모든 렌더링은 3D 입체영상을 위해 두 가지 방향의 카메라로 렌더링되었고, 최종 Stereoscopic 작업으로 다이나믹한 공간감을 더한 후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다. 편집력과 3D 엘리먼트 합성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되었던 프로젝트였다.


Glee 엔딩 타이틀 프레임들



 

 

Lone Star


미국에는 정말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드라마들이 매 시즌마다 뿜어져 나온다. 그 중 Fox 채널에서 새로 제작하게 된 라 는 드라마의 오프닝 타이틀 작업이 yU+Co에서 진행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의 경우 짧은 스케줄과 낮은 예산으로 인해 아이디어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촬영을 할 비용도 없었고 어려운 그래픽으로 작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최대한 이미 촬영된 드라마 씬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오프닝을 만들어내야 했다.

 

주인공은 휴스톤과 미드랜드를 오가며 너무도 상반되는 이중적인 삶을 비밀리에 살아 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두 공간에서 주인공은 전혀 다른 직업과 행동, 그리고 환경 안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필자는 영화 속에서 상반되지만 비슷한 순간들을 찾아 내어 화면 속 두 공간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휴스톤에서 미드랜드로 미드랜드에서 휴스톤으로 떠나는 씬으로 시작을 열고, 그의 다른 삶을 상징할 만한 드라마 씬을 찾은 후 리서치한 이미지들과 합성하여 분명한 대립구조의 이미지들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의 배경인 두 도시의 실루엣을 보여주며 타이틀이 등장하게 된다. 사실 필자가 해왔던 드라마 오프닝의 경우 예산과 스케줄 면에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만큼 많은 제약 속에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나 드라마의 컨셉 자체가 꽤나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Lone Star의 경우, 제약 속에서도 드라마의 내용 전달과 디자인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맘에 드는 작업이었으나, 드라마의 흥행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조기 종영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갖게 되었다.



 Lone Star 디자인 보드



Furry Vengeance


Furry Vengeance는 제목 그대로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는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가족 코미디 영화이다. yU+Co에서는 엔딩 크레딧과 영화 후 보여질 뮤직 비디오 속 그래픽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작업 전에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스크립트를 받아보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인 스토리에 대한 정보와 짧은 영화 컷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 중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사무실에 있는 데칼코마니 스타일의 동물 페인팅에서 꽤나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고, 바로 보드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영화 속에는 수많은 상징적인 오브젝트들이 등장하기에 그러한 것들을 찾아내고 재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이포그래픽에 있어서도 코미디 장르인 점을 고려하여 만화 같으면서 발랄한 느낌의 타입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로고 애니메이션(Logo Animation)
yU+Co 에서는 어떻게 보면 브랜딩의 메인 요소 중 하나일수도 있는 로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기존의 디자인된 2D 벡터의 로고에서 로고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스타일을 불어넣어야 하는 작업들이다. 그만큼 스케일이 더욱 더 크고 화려한 그래픽 작업이 많았었다.

3ality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3ality 로고 애니메이션이 있다. 3ality는 3D 입체영상 장비를 만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이다. 다시 말해, 로고 애니메이션에서 Stereoscopic 작업은 필수였다. 이 로고 애니메이션은 파이널 작업 후 바로 입체영상 전시에서 보여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디자인뿐만 아니라, 테크닉 면에서도 마술과 같이 공간감이 점점 펼쳐져야 했다. 당시 Stereoscopic 작업이 처음인 필자로서는 작업 프로세스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중 하나로 공간상에서 여러 오브젝트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코너에 오브젝트들이 잘리거나 벗어나서 입체영상의 화면에 혼돈을 가져오면 안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파티클로 이루어진 컨셉이었기에 다양한 파티클들이 공간상에 빠르게 또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컴퓨터 모니터나 일반 모니터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3D 모니터에서는 속도감으로 인해 튀어 보이거나 입체감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곤 했었다. 파티클 자체도 추상적인 형태가 아닌 입체영상에서 실제 수학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들을 이용해서 3ality 로고를 생성해 나가 파일 자체가 무거워지는 어려움도 있었다.

 

3ality 디자인 프레임들


 

 

Showtime Energy 로고

이상하게도 글을 쓰며 돌이켜보니, 많은 로고 애니메이션 작업들이 어려운 프로젝트들로 기억된다. Showtime Energy 로고는 아티스트로서는 여러 가지 영광과 동시에 작업 과정에서는 많은 고통이 따랐던 프로젝트였다. Showtime Energy 로고는 오래 전부터 사용돼왔던 그들만의 브랜드였다.

 

그리고 이것을 yU+Co에서는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로 재탄생 시켰어야 했는데, 기본적인 브랜드 룩(Look)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인 형태였다. 빛 라인이 Showtime을 그려가고 그 빛에서 반전되는 화이트 컬러의 새로운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새로운 버전에서 클라이언트는 보다 입체적이고 다이나믹한 애니메이션을 원했다. 이전의 애니메이션은 공간감이 거의 없이 플랫하면서도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에서 단순한 트랜지션만이 있었다. yU+Co에서는 실사와도 같은 표현을 위해 촬영도 하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였으나, 사내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여 결국 3D로 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Maya로 작업을 하였는데, 추상적인 움직임이 있는 오브젝트를 이용하여야 했기에 결과적으로 디자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작업이 동시에 될 수 있도록 Cinema 4D로 작업을 하고, After Effects에서 합성을 하여 최종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공간상에서 로고를 그려나가는 드로잉이 되어야 했으므로 앵글에 따라 라인의 레이아웃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불균형해 보이기도 하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여러 번 수정되는 만큼 디자인 형태 또한 여러 번 수정되어야 했다. 공간상의 추상적인 형태는 다양한 일루션 현상을 불러오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많은 연구가 동시에 필요했던 작업이었다.

 Showtime Energy 로고 프레임들


그 밖에도 최근에 작업한 Sonar Entertainment 애니메이션, Sprinter Cell Game 로고 애니메이션까지 수많은 로고 애니메이션 작업물이 있었다. 많은 모션 그래픽 포스트 프로덕션 회사들이 하는 작업 중 하나가 로고 애니메이션 작업들일 것이다. TV 광고, 영화관련 디자인까지 수많은 로고들과 그에 해당하는 이미지들을 전달해야 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이 수없이 많이 있다. 로고 디자인에서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표현하기 위해 브랜드의 정의와 철학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초기작업 중 하나이다. 이미 제작된 로고에 생명을 불어넣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면에서 흥미로운 작업이기도 하다.

 

  Sonar 애니메이션 프레임들



 

 

의미 있던 프로젝트들


모션 그래픽, 미디어 방송 쪽에 종사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업적인 광고나 영화 등을 위주로 작업하게 되고, 간혹 ‘내가 작업하는 것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들일까?’하는 의문에 빠지곤 한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있지 않는 한 사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의미를 찾기 보다는 내 작업에 대한 욕심 혹은, 일로써만 느껴지는 작업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쉬지 않고 일을 하기에 개인작업을 하는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고 프로젝트 자체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그 중 첫 번째는 미국 빈민층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의 엔딩 타이틀 작업이다. 작업에 참여한 yU+Co 아티스트 전원이 시사회에 초청을 받아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 자체가 일단 너무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데다 많은 관람객들이 충격적인 사실에 놀라고, 슬픈 현실에 허탈해 하고 있을 때 우리가 제작한 엔딩 크레딧이 등장한다. 칠판의 분필로 그려나가듯 라인들이 하나 둘씩 조용히 그려지며 메세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타이포그래픽을 통해 ‘Impossible’에서 ‘Im’이 떨어지며 ‘Possible’로 바뀌고 이미 붕괴되어 변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시스템을 우리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며 교실을 그리고, 학교를 그리고, 마을을 그려나간다. 관객들은 그것을 가능하게 바꾸는 것은 우리들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학교를 그려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는 한번도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엔딩을 보면서 감동과 희망을 갖는 것을 본 경험이 없었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있어 엔딩 크레딧 또한 큰 몫을 한 것 같아 너무도 감동스럽고 뿌듯한 기억의 작업이었다.

 

 엔딩 타이틀

 

두번째로는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배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동성연애자, 그리고 그 외 소외 받는 계층을 위해 노력한 공로자들에게 수여하는 시상식인 Human Right 캠페인 시상식의 디자인 작업이었다. 미국 특히, 필자가 살고 있는 헐리우드는 많은 동성연애자가 살고 있고 많이 오픈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따가운 시선 또한 존재하고 있다. 필자 자신조차도 처음에는 다소 생소한 그리고 낯선 이야기들이었으나 시상식에 아티스트로 직접 참여하고 나서 사람들은 전부 평등하며 어느 누구도 부당한 대우나 시선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더욱 갖게 되었다. ‘Heroes change the world’라는 카피에 맞춰 모두 같다는 ‘=’의 심볼을 주변으로 다양한 메세지들이 보다 평등한 미래를 위해 함께 돌진하고 있는 컨셉을 만들었다. 시상식 무대와 함께 초청장 브로셔, 시상식에서의 무대 영상 그래픽 등을 전반적으로 디자인하였다.


 HRC - Human Right 캠페인 시상식

 

 

마지막 프로젝트는 사실 최종적으로 실작업까지 하지는 못하였으나,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었던 Meth 캠페인이다. Meth는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성분의 약물들로 값이 저렴한 까닭에 수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구매하여 중독에 깊게 빠지게 되고 부작용 또한 무섭게 번져나간다. 어린 나이의 호기심과 반항심에 시작을 하지만 일단 중독되면 멈출 수가 없고 비용 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므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하여 시작된 이 캠페인은 약물 중독된 청소년들의 일화를 직접 청소년들이 나레이션을 하고, 일러스트 애니메이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림이 긍정적인 분위기여서는 안되었고, 다소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약물로 인해 망가져가는 모습들을 표현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일은 많지 않으나 이번 프로젝트는 반드시 해보고 싶었다. 프로젝트의 의도도 좋았고 방향도 맘에 들었었다. 기회가 더 된다면 이러한 캠페인 성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필자의 디자인과 컨셉이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

 

 Meth 프로젝트



미국에서 3년 반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물론 디자인과 애니메이션도 그러하지만 특히, 컨셉과 디자인적인 철학에 있어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필자 역시도 아직은 예쁘고 멋지게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편이지만 조금씩 생각을 더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6회에 걸친 글을 써내려 가며, 나도 아직은 이곳에서 일하며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진출을 계획하는 혹은 꿈꾸는 아티스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얼마 전 우연히 안철수 전 KAIST 교수님의 세미나를 보게 되었는데, 대한민국과 미국 시장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한민국은 수직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반면, 미국시장은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정말 공감이 갔다. 모션 그래픽의 경우로 바꾸어 이야기한다면, 미국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음악, 영화, 철학, 그리고 과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심이 있으며 또한 그런 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필자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기에 디자인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잘하려면 메세지를 잘 전달해야 하고, 다양한 분야를 통해 표현력이 풍부해질 수 있어야 한다. 예쁘기만 한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 유행이 끝나버리면 더 이상 멋져 보이지 않겠지만, 디자이너로서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의식으로 접한 디자인은 긴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에 비해 그런 면에서 다소 뒤쳐져 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미국에 진출을 꿈꾸는 분들이 언어뿐 아니라, 전반적인 지식 습득에 대해 시간 투자를 한다면 미국에서 더 즐겁게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