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TORIALKina의 미국 디자이너 생활 디자인 스튜디오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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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Kina Choi, yU+Co(www.yuco.com) 디자이너,

전 25프레임 디자인팀장, www.KinaKina.tv

 

 

 

2005년, 그래픽 디자이너로 웹 컨텐츠 개발 회사에서 근무해 오던 필자는 오래 전부터 꿈꿔 오던 모션그래픽 쪽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MG25 모션 랩을 통해 애프터 이펙트와 모션그래픽을 공부한 후, 25프레임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모션그래픽에 입문해 2년 넘게 일해오다 막연한 꿈이었던 해외 진출을 위해 뉴질랜드로 어학 연수를 향하게 되었다. 기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출발한 것이지만,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꿈이라는 생각 또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25프레임의 이병현 실장님에게 메일 한 통이 왔다. 미국에서 일해 볼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미국의 Pacific Title and Art Studio(Pac Title)에서 한국 아티스트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영어가 굉장히 부족했던 터라, 사실 자신감이 크게 있지는 않았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일단 부딪혀 보기로 결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한 후, 몇 번의 인터뷰와 프리랜서 업무를 통해 최종적으로 Pac Title에서 워킹 비자를 받게 되었다. H1B라고 하는 워킹 비자는 매년 쿼터제로 인해 외국인 취업자의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요즘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고 볼 정도로 인원에 여유가 있는 듯 하나, 필자가 신청할 당시엔 전체 인원 중 30%만이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승인 받는 사람들이 심사에 의해서가 아닌 추첨에 의해 결정되었는데, 필자의 경우 엄청난 운이 따라주어 미국 진출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된 스튜디오가 Pac Title이였다.


 

Pacific Title and Art Studio

Pacific Title and Art Studio는 워너 브라더스의 전설적이었던 애니메이션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 레온 슬레진저(Leon Schlesinger)에 의해 1919년에 설립된 후, <재즈 싱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등 수많은 대작영화 메인 타이틀을 작업하였으며, 그 후 영화 관련 CG, 예고편, 3D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화 관련 미술사업을 하였다. 뉴질랜드에 있을 당시 필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으나, 미국에서는 역사가 깊고 규모 또한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있었다.

 

 Pacific Title and Art Studio



그 당시 Pac Title의 타이틀 디자인 팀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브루스 슈레터(Bruce Schluter) 그리고 프로듀서로 언주 바이어스(Unjoo Byars)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Bruce는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영화 메인 타이틀 작업을 해왔으며, 카일 쿠퍼, 가슨 유 등 유명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낸 디렉터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일해 오고 명성이 있는 디렉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 없이 작업을 즐기며 프로덕션 작업에 메인으로 참여하여 멋진 아웃풋을 만들어 내었다. 필자가 Pac Title에 입사할 당시 그는 애니메이션 <작은 영웅 데스페로>의 메인 타이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든 디렉터마다 특징이 있듯, 필자가 느낀 Bruce는 프로덕션을 같이 참여하여 크리에이티브한 부분뿐만 아니라, 테크니컬한 부분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디렉터였다. 그리고 Unjoo Byars는 뉴질랜드에 있을 당시부터 연락을 주고 받던, 그리고 필자의 미국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타이틀 팀 디자인 메인 프로듀서였다. 현재 그녀는 유명한 작품들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직책 대부분에 그녀의 이름인 Unjoo Byars가 이름으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더욱더 파워풀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작은 영웅 데스페로>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필자의 시작은 운이 좋게도 이렇게 엄청난 분들과 출발하게 되었으나, 그 인연은 고작 2주에 불과했다. 비자를 받고, Pac Title에서 일하기 위해 1년을 준비한 필자는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미국 디자인 업계에서도 그 당시 Pac Title 스튜디오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큰 뉴스였다. 역사가 길었던 큰 회사의 안타까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었다. 회사내의 직원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고, 미국에 이제 막 오게 된 필자로서는 그야말로 막막하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워킹 비자의 경우 스폰서를 잃게 되면 바로 미국을 떠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법적으로 미국에서 신분 변경 또한 쉽지가 않았기에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코앞에 닥쳐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Unjoo의 추천을 받게 된 Troika 스튜디오에 지원하여, 꿈만 같이 1주일 만에 스폰서를 구하고 미국에서의 디자이너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필자는 엄청난 행운과 불운을 동시에 맞으며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디자이너로 재출발을 꿈꾸었다.


Troika

Troika 는 헐리우드의 패션거리 멜로즈에 위치한 네트워크 디자인, 브랜딩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ABC, TNT, Tru TV, Discovery, ESPN 등 수많은 유명채널의 브랜드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Emmy, Promax BDA 등에서 브랜딩과 네트워크 디자인 부분에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에 걸맞게 Troika는 회사 자체의 브랜딩 또한 분명하다.

처음 회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무실의 인테리어, 비지니스 카드 등 모든 것들이 Troika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반에 사내 미팅을 시작한다.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보고와 진행 정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회사의 소식을 전달한 후 업무에 들어가게 된다.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뿐 아니라, 회사 전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할 수가 있다. 다른 스튜디오의 경우도 역시 사내 미팅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프로듀서들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위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 직원들이 회사 전체의 프로젝트와 스케줄, 그리고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근무할 당시 한 달에 한번 직원 한 명을 선정하여 자기자신을 회사 전체에 프리젠테이션하는 시간이 있었다. 직원 하나하나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회사에서 보지 못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회사와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또한, Troika에서는 프리젠테이션 스킬을 길러주려 하는 노력이 항상 있었다. 브랜드에 맞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그림으로써 뿐만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으로써도 잘 표현해내야 한다는 점을 공부하게 되었다.

 Troika

필자는 사실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간 후 2년이라는 공백기간이 있었고, 그 기간 동안 미디어는 정말 많이도 변해 있었다. 모든 작업들이 HD로 이루어지고, 모션그래픽은 3D로 대부분 변해있었다. 공백기간 후에 사실상 실작업을 바로 시작했던 곳이 Troika였다. 잊어버린 것도 많았지만, 새로운 것이 너무 많아서 초반엔 언어뿐 아니라, 미국 스타일의 워킹 프로세스와 새로운 디자인 스타일에 있어 힘든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2년의 시간 동안 디자인이 어느 정도 변한 것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 스타일 사이에 다른 디자인 뷰 포인트가 있었다. 그 당시 필자가 느낀 점은 미국에서의 디자인은 한국에 비해 훨씬 심플하고 간결하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다는 점이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한번에 보여지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키 포인트가 필요했다. 처음 프레임들을 잡을 때 한국적인 색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한국적인 색감이 무엇인지 궁금하였으나 필자는 대체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왔었다. 다채로운 색감이 좋은 프로젝트도 있으나, 브랜딩의 경우 색감 또한 심플화 되고 브랜드마다 지니고 있는 색이 잘 설명되어야 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의 대부분이 디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자인은 브랜드 가치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본다. Troika에서 브랜딩 디자인을 정의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체계적이고도 분명하다. 브랜드 이미지들을 위해 수많은 리서치들과 키워드들을 만들어내고,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가장 베이직적인 쉐입이나 색감, 그리고 감성적인 톤 등을 키워 나간다. 그 후 기본적인 메인 컨셉 아래 여러 디자이너들에 의해 다양한 느낌의 보드가 완성되어, 여러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최종 디자인이 선택되고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후 최종 스타일 가이드를 통해 그 브랜드만의 분명한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준다. 작업과정에서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작업을 해나가기 때문에 Troika에서는 항상 프레젠테이션 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만족뿐 아니라, Troika라는 회사에 대한 큰 믿음을 남겨 주는 점에 놀랐었다.

많은 네트워크 회사들이 Troika를 사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곳에서 필자는 어떻게 브랜딩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에 대한 큰 공부를 하였다. 네트워크 혹은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들에게는 Troika를 꼭 분석해 볼 스튜디오로 추천하고 싶다(www.troika.tv).

 Troika 프로젝트들



  

yU+Co (www.yuco.com)

 

필자에게는 미국에서의 세 번째 스튜디오이자, 현재 일하고 있는 yU+Co는 필름 타이틀 디자이너로 명성을 알리던 가슨 유(Garson Yu)에 의해 1998년에 설립된 스튜디오이다. 필름 오프닝 타이틀, 광고, 브랜딩, 인터랙티브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하고 있다. LA 헐리우드 본사 외에도 인터랙티브 위주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홍콩 yU+Co 모션랩이 있어 때때로 교류하며 작업이 이루어지곤 한다.

 

yU+Co는 <300>, <미션 임파서블>, <위기의 주부들>, <어글리 베티>, <친절한 금자씨>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오프닝 타이틀작업으로 특히 유명하다. 요새 많은 스튜디오에서 볼 수 있듯, yU+Co에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다양한 나라의 직원 혹은 프리랜서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yU+Co의 가장 좋은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직원들간의 좋은 유대감을 통해 경쟁 관계가 아닌 협동 관계로 근무하는 좋은 분위기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회사의 시스템이라기보다는 yU+Co 스튜디오에 오래 머문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간 분위기 덕분이라고 본다. 입사할 당시만 해도 필자는 다소 미국 생활에 긴장해 있었으며, 언어로 인해 많이 작아져 있었다. 일단 회사의 분위기상 외국인이 많은 점도 있으나, 무엇보다 직원들의 사이가 좋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는 친구와도 같은 분위기가 있기에 필자 또한 조금씩 본인의 생각을 말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질문 하는 데에 있어 편안함과 자신감 또한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접할 수 있어 디자이너들에게는 많은 경험을 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필름 쪽 일이 많지만 광고, 브랜딩, 인터랙티브 일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yU+Co의 인테리어만 보게 되더라도 회사의 성격이 Troika와는 다르게 자유분방하며 개성이 넘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라이언트와의 회의는 주로 전화로 디자인 팀과 함께 이루어진다.

yU+Co의 경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회의에 함께 참여하여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팅은 녹음이 되어 뒤늦게 참여한 아티스트들도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들으면서 프로젝트를 분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프리젠테이션이나 클라이언트와의 대화에는 서툴고 떨리기 일쑤이나 그 부분의 중요성을 항상 느끼고 공부하고 있다.

 

 

 

 

스토리 텔링

 

yU+Co에 근무를 하면서 배운 것 중 제일 큰 것은 디자인에 있어서 스토리 텔링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이전 편에 소개하였듯 회사 내에 있는 작가들이 작업에 직접 참여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그 후에 디자이너가 그림으로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디자이너에게는 컨셉 전달에 있어 스토리가 이미 정해져 있을 경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프레임 하나가 있더라도 그 프레임 내에 이야기가 전달되어야 하는 점이 작업 초반에 나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yU+Co 작업들을 보면 때론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때론 설명적으로 분명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디자인 작업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내용 파악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때때로 경쟁 프레젠테이션 시 짧은 내용과 영상만이 제공되어 보드를 만들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다. 어떤 경우는 이야기 구성을 위해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를 섭외하여 디자인 프레임 전 러프 스케치부터 사전 제작되어 디자인이 차후 디테일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다.

 

사전에 스토리보드가 완성되어 작업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결과물에 있어서 좋은 이야기 전달력과 퀄리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인 스타일
 

yU+Co 의 예전 작업들을 보면 촬영을 통한 실사나 3D적인 느낌보다는 일러스트레이션 혹은, 다양한 타이포그라피의 컨셉이 돋보였었다. 영화 타이틀 작업이 많다 보니 타이포그라피에 민감한 편이라 영화 또는 광고 성격에 맞는 타입 그래픽 시스템과 애니메이션적인 아이디어 또한 많았다. 그러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3D를 작업하게 되고, 영화 쪽에서도 입체영상 스테레오스코픽 작업이 늘어나면서 3D적인 디자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 회사마다 성향이 다른 것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취향과 작업 스타일에 의해서이기도 하다. 작년 한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에릭 앤더슨(Eric Anderson)이 있을 때에는 그의 오랫동안 쌓아온 편집 에디팅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디팅 컨셉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디자이너로서도 생각하는 방향에 있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가슨 유의 경우 그래픽 아티스트 출신으로 심플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나 스토리가 있는 프로젝트 위주의 작업이 많고, 타이포그라피적인 아이디어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비쥬얼 이펙트 쪽에서 명성이 높은 리차드 테일러(Richard Taylor)와의 작업들의 경우 다양한 비쥬얼 효과적인 컨셉 혹은, 3D 애니메이션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었다. 한 회사이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렉터의 장점들과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레슨을 배울 수가 있었다.


 

 

 

yU+Co 스튜디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인 견공 스텝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애완견들이 주인과 함께 회사로 출근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yU+Co에도 가슨이 입양한 트로피, 아트디렉터 에츠코의 텡카, IT 테크 서포트 팀 딜런의 코즈모가 매일매일 출근하며 회사의 훈훈한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고 있다. 바쁜 업무 속에서 이리저리 스트레스가 쌓이다가도 귀여운 견공들과 놀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곤 한다. 물론, 회사에서 짖고 소란을 피우는 캐릭터라면 힘들겠지만 회사의 분위기에 애완동물들이 하는 역할은 꽤나 크다고 본다. 그리고 많은 미국의 스튜디오에는 탁구대, 농구대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는 사무실도 많이 있을 정도로 사내에서 직원들의 엔터테인먼트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직원의 작업환경을 위한 투자와 좋은 분위기 조성은 작업자에게 있어 작지만 큰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편이지만, 일보다도 내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마인드가 강해서인지 자신들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항상 있다. 필자 역시 한국에서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가 필자 자신을 심하게 채찍질하며 달려왔었다. 물론, 그 시간이 있기에 성장은 할 수 있었겠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좀 더 눈을 크게 넓히고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한 미숙함에 후회를 하곤 한다. 한국은 작업환경이 사실 미국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이 많은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항상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보고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일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yU+Co의 견공 스텝들 트로피, 텡카, 코즈모


 

 

 

Mini Interview


yU+Co 에서 10년 가까이 근무를 한 신데렐라 펭(Cinderella Peng) 아트디렉터와의 인터뷰가 있었다. 그녀와 함께 일한지도 어느덧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필자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도움을 준 신데렐라에게 yU+Co에서 오랜 작업 동안 느낀 생각들과 작업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신데렐라 펭 아트디렉터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헐리우드에 위치한 yU+Co에서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는 신데렐라 펭이라고 합니다. 학교 졸업 후 2001년 yU+Co에 디자이너 프리랜서로 처음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 가슨과 함께 일러스트레이션 위주의 작업을 시작하다가 타이포그라피와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어 Cal Art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학업을 마친 후 다시 yU+Co의 정식 스텝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런 인연으로 10년 넘게 yU+Co에서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프리랜서를 하고 있지만, 저의 경우 스텝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한 회사에 머물다 보면 각각의 디자이너와 애니메이터들의 스타일을 알 수 있게 되고, 그에 맞게 작업을 해나가는 것에 편안함을 더 느끼며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되어 함께 팀으로서 작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yU+Co에서 일하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이 생기게 되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오프닝 타이틀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프로젝트는 2004년에 작업한 박찬욱 감독의 한국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오프닝 타이틀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첫 아트 디렉트 작업이었습니다. 스토리보드부터 컨셉, 그리고 애니메이터, 촬영, 컴포지터에 이르기 까지 전반적인 디렉션의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경험이 없던 저에게는 디렉터로서 많은 공부가 되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작업 전 영화를 보지는 못하였으나 영어로 번역이 된 스크립트 대본을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었으나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아 사실 내용 이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오프닝에 케익을 만드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하였으며, 그 안에 복수와 분노가 아름다우면서도 고급스럽게 표현되기를 원하였습니다.  영화에 대해 분석을 하면서 ‘센티멘탈하고도 심리적인 표현을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노와 복수에 대한 심리를 슬픈 분위기로 이끌어내는 부분도 흥미롭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슬픈 감정의 디자인을 즐기는 편입니다). 제 자신의 디자인적 성향은 주로 추상적이지만

감성적이고 무엇인가 직접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보다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친절한 금자씨 작업은 개인적으로도 꽤나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작업 시 시간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지 않았기에 합성 작업을 고려하여, 촬영할 때 트랙 포인트를 여배우의 팔에 체크하고 팔을 고정시켜 트랙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하는 등 프로덕션 과정 중 작업 시간을 고려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합성은 Nuke에서 이루어졌지만 After Effects 작업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사실 합성작업에 직접 디렉션을 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결과가 꽤 잘 나오게 되어 만족스럽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친절한 금자씨> 오프닝 타이틀


 

 

작업 프로세싱 스타일

몇 년 전, 제가 무엇인가를 연상하고 떠올릴 때 이미지보다 단어나 글로 더 빠르게 떠올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로 먼저 컨셉을 작성함으로써 이미지 작업 전 막연한 생각들이 좀더 분명해지고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것들이 일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순수미술,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등 대부분 제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항상 관심 있게 찾아보고 트랜드와 다양한 의미를 분석합니다. 요새 많은 사람들이 큐레이터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사실 아트디렉터 또한 일반적인 큐레이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의미에 부합하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모아 하나의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으로 독창성과 동시에 일관성 있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트디렉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이미 대학교에서 실무에 가까운 스킬을 가지고 졸업을 해서 실작업을 문제없이 해내는데,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내용에 있어서 보다 더 깊이가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항상 디자이너들에게 컨셉을 만드는데 있어 생각을 넓게 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들로 작업을 하고 거기에 좋은 디렉터의 서포트까지 따라준다면 정말 값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디렉터로서의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리더로서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고집 있게 밀어붙이는 점이 어렵고 아쉽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 컨셉에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컨셉이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주어진 스케줄에 완성도를 위해

밀어붙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서든 명확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만들어 나가야 할 때에는 사실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요기베어> 엔딩 타이틀

 



 

캠페인

 <슈렉 포에버> 엔딩 타이틀



 

관심 있는 분야


최근 들어 폭스바겐 인터랙티브 디자인 관련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인테리어와 건축 디자인을 접목시킬 수 있었고 저에겐 새로운 분야였기 때문에 처음 접해본 모든 것들이 일하는 저로서는 신이 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차후에도 인터랙티브 디자인 쪽으로 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간 타이틀 디자인을 해서 사실 새로운 부분에 더욱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분야와는 굉장히 다른 분야입니다. 순수미술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의사소통하며 가까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 지금 내가 프로젝트를 성공의 길로 가게 하는지 실패의 길로 가게 하는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에 오히려 두려움 없이 즐기며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yU+Co에서도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 중 인터랙티브 디자인들이 있어 설렙니다. 건축가 디자이너인 친구와 함께 일을 해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건축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아이디어와 저의 아이디어를 합치고 의논하는 과정이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내셔널한 아티스트들과의 작업


많은 외국 친구들이 각 나라에서 미국으로 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제일 두려운 것이 언어적인 부분일 수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언어야 필수이겠지만, 사실 회사의 입장 혹은 디렉터의 입장으로서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 우리에게 맞는 사람, 혹은 우리가 진행하는 일에 맞는 사람인지가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같은 문화 안에 자라나도 대화를 해나가며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디자인 샘플과 단 몇 개의 프레임들, 그리고 명확한 단어 두 개만 있어도 서로 디자인 언어가 같다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휴먼 커넥션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접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결국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컨셉의 분명함과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